이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발매일까지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던 기억이 난다. Pete Rock과 BBE라는 이름만 해도 장난이 아닌데 앨범 참여진 또한 장난이 아닌 거라... 그야말로 2004년 초기대작 가운데 하나였다.
앨범이 나와서 구해 들어보니... 예전의 그 느낌과는 살짝 달랐다. 뭔가 좀 밋밋해졌다고 해야 하나? Pete Rock 특유의 육중한 베이스도 다소 가벼워진 것 같았고 심장 속까지 전해지던 드럼의 둔탁한 사운드도 분명 예전의 육중한 그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역시 Pete Rock이라 그런지 앨범은 되풀이해서 들을 만했고 나는 가끔씩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이제 Pete Rock도 슬슬 늙어가는가보다 생각했다.
미스터리는 2005년 초에 느닷없이 발매된 THE SURVIVING ELEMENTS 앨범을 듣고 나서야 풀렸다. 'From Soul Survivor ll Session'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그 앨범은 Soul과 Funk에 기반을 둔 한결 유연해지고 느슨해진 Instrumental로 가득 차 있었고 분명 예전과는 다른 호소력으로 듣는이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THE SURVIVING ELEMENTS 앨범을 한참 듣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SOUL SURVIVOR ll 앨범을 들었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Pete Rock도 이젠 자기가 만들어낸 틀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드럼과 베이스와 샘플링으로 조지고 보는 힙합송을 뛰어 넘은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지? THE SURVIVING ELEMENTS와 이후 NY'S FINEST 앨범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면 확실히 그런 것 같다. 비록 예전의 모습을 더 사랑하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Pete Rock의 변화가 달갑지 않겠지만 지금까지 해 오던 그대로 하라는 것은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고문에 가까운 일이니까 말이다.
이 앨범은 2000년대 중반 이후의 Pete Rock의 음악이 어떻게 변화(진화?)를 시작하는지 그 단초를 제공한다. 이 앨범 하나만 달랑 듣고 이게 뭐냐는 식으로 말하며 등을 돌릴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 이 앨범은 Pete Rock 경력의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들여다보아야 하는 앨범이다.
그냥 구리다. 피트락형님이 실수하셨다고 믿는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가야할 문제아닌 문제도 있다. 간혹가다가 딜라 vs 피트락을 비교해보는 글들이 있는데 이문제에 대해선 논할 수가 없다. 일단 절정기시절의 비트들을 비교해보면 둘다 충분히바지를 적실 수 있고 화장실로 가서 오줌을 싸야할 것만 같은 비트들만 존재한다. 베이스질감과 드럼질감은 딜라가 살짝 뛰어나다고 느끼지만 , 샘플링을 더 여유롭게 컷앤페이스트하는건 피트락이라 생각한다.그런의미로 둘다 갑자기땡기니깐 또들어야겠다.
